똑딱이
똑딱이...
흔히들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장난감처럼 비유해서 부르는 이름이다.
쬐끄만 것이 손안에서 똑딱똑딱 만지다 보면 사진도 찍어지고 잘라내고 붙이고 할 수 있어서
그냥 사진 조금만 배워서, 심도 잘 조절해서 찍으면
어지간한 음식 사진쯤은 제법 그럴 듯하게 나오는데 왜 굳이 똑딱이냐고.
최소한 그리 비싸지 않은 입문용 카메라만으로도
PC 모니터에 우리가 살면서 즐기는 먹거리들, 세상의 모습들을
구성지게 만들어 올리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을건데
한낱 똑딱이로는 그래도 좀 깝깝하지 않은가?
볼품없는 똑딱이를 손에 쥘 때마다 몇 번 씩 되뇌인다.
보는 이들도 답답한지 "카메라 한 대 사지?" 하고 핀잔주기 일쑤...^^
그래~ 똑딱이로는 식재료의 미세한 윤기와 갓 내어왔을 때의 따뜻한 온기를 리얼하게 담을 수는 없지...
음식 뿐이겠니~ 일개 똑딱이로 대자연의 그 위대함은 무슨 수로 담아낼까?
하지만,
정성스레 만든 음식의 면전에,
나오자 마자 수저부터 갖다대어야 할 그 중요한 타이밍에,
그 검고 커다란 대포같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철컥철컥 소리를 내어 찍어대는 것은
나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걸...
아직 어설프기에,
만든 사람의 성의에 대한 예의가 아닐거라는 생각도 들고
같이 그 음식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미안하기도 하고
또 한가지,
프로가 아닌 사람이 음식맛에 멋을 내려다 보면 조미료를 쓰거나 필요이상의 장식에 신경을 쓰게 된다.
음식 이외의 것들에 치중을 하게 된다는거지.
마찬가지로, 음식의 모습을 담는 일 또한 자기 실력은 무시한 채 필요이상의 멋을 부리다 보면,
그 음식의 맛을 왜곡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되지 않을까.
실제보다 더 맛깔지게 보이도록 한다거나, 전체가 아닌 부분을 강조하거나...
이미 이런 일을 하시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즐비하므로
내가 하는 것은 크게 거창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.
그래서 나는 아직은 똑딱이만으로도 충분히 이 작업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.
사진이 흔들려 허술해도 느낌은 솔직하게,
겉멋 부리지 않고, 잘난 척 하지 않고, 주제넘게 평하지 않고...
단지 느낀 그대로만
늘 한결같이...
2012년 3월
동키 (Don Quixote)